1981년 MBC에서 특집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에 선정되었고, 2005년엔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은 국민가수 10인'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요절한 후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호 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절한 가수들
김현식부터 김광석까지 요절한 가수들 중에도 팬덤이 뜨겁게 지속되는 경우가 있지만 ‘옛날 가수’라고 할 배호 님이 사후 50년이 넘도록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만큼 생전의 인기가 엄청났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인터넷에 공개된 배호 님 팬클럽만 40여 개니 되고,
‘배호를 기념하는 전국 모임’은 16개 시도에 지부가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에도 6개 지부, 중국, 일본, 호주, 칠레에도 팬클럽 지부가 있다고 하죠.
배호의 출생과 어린 시절
배호님(1942~1971)은 독립운동을 위해 산둥성으로 이주한 독립 운동가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요, 아버님은 배국민 씨로, 대한 광복군 대위 출신입니다. 그러다 광복이 되어, 3살 때 한국으로 귀국합니다. 그러나, 아버님이 1955년 과음으로 인한, 간경화로 사망하고, 부산에 있는 이모 집에 내려가 살다가 집안 사정이 더욱 어려워져, 서울에 있는 외삼촌 김광빈 씨에 오게 되는데요, 이때 김광빈 씨가 지어진 예명이 배호인 거죠. 본명은 ‘배신웅’입니다.
집안(외가)
배호님은 어릴 적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는데요, 배호 님의 음악 유전자(DNA)는 외탁인 거죠.
둘째 외삼촌 김광옥씨는 일본 무사시노 음대를 거쳐 윤이상씨과 함께 활동했고, 북경 심포니 교향악단 지휘자를 지냈습니다.
셋째 외삼촌 김광수씨는 우리가 잘 아는 곡이죠.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자인데요.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죠. 그리고 KBS 악단장을 지냈셨습니다. 배호란 예명을 지어주신, 넷째 외삼촌이 김광빈 씨죠. 김광빈 씨는 피아노와 아코디언 연주자로, MBC 악단장을 지내셨죠.
배호 음악의 시작
1958년부터 1964년까지 외삼촌들인 ‘김광수와 김광빈의 악단’에서 드럼 연주자로, 미군 부대, 카바레, MBC 악단, 김인배 악단 등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배호와 그 악단>을 결성해 사람들에게 알져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외삼촌 김광빈 씨에게 받은 <굿바이>, <두메산골> 등의 곡을 취입하고 1964년 서울 낙원동의 프린스 카바레에서 ‘배호와 그 악단’의 리더로 드럼을 치며,
노래(두메산골)하는 가수로 데뷔했습니다.그러나, 큰 히트를 치지 못하고 가수를 부업으로 하는 드러머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배호의 창법
배호님의 창법은 일반적인 트로트 가수들과 달리 스탠더드 팝의 남자가수들이 보여주는 중후한 저음에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으로 가지고 있으며 절정부에서 애절한 고음을 구사하는 방식인데요. 고음에서는 목소리 톤이 바뀝니다. 대표적인 곡이 ‘돌아가는 삼각지’입니다. 도시의 모던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골의 향수를 자아내는 매력이 있었죠.
배호 님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제 창법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처음에 노래 부를 때
'참 건방지게 멋있다'라는 말을 들었죠."라고....
히트
1966년 신장염 판정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67년부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죠. 1967년 배상태 씨가 작곡한 <돌아가는 삼각지>가 대히트하면서 배호 님은 1960년대 최고의 인기 가수로 자리 잡습니다. 그 이후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가 울어>등을 연달아 히트시키죠. 대부분의 히트곡은 배호 님이 병상에서 녹음한 것인데요 그래서인지 음색이 더 애절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활동 기간도 짧고, 영상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시기에 활동하다 보니 안타깝게도 배호 님이 노래 부르는 영상은 몇 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죽음
1966년부터 신장염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바쁜 스케줄로 인해 건강은 계속 악화되어가죠. 1971년 10월 20일 <별이 빛나는 밤에> 출연하는데요, 지금까지 이어지는 ‘별이 빛나는 밤에’가 맞습니다. 이때 사회자가 우리가 잘 아는 이종환 씨이고 이 프로는 1969년에 생겼습니다. 이종환 씨 다음으로 유명한 분이 별밤지기라고 하시던 이문세 씨 지금은 작사가 김이나 씨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고 감기 몸살에 걸리고, 투병 생활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복막염까지 겹치면서 1971년 11월 7일! 어머니와 여동생, 그의 최고의 동반자인 작곡가 배상태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29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경기도 양주시 신세계 공원묘지에 안장되었죠] 20대였던 그의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면 양복에 말끔한 상고머리, 옅은 색안경을 쓰고 있는데요. 가끔은 중절모 쓴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아저씨 룩’ 이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다면 상당히 세련된 패션인 거죠.
사후 가족
배호님 사후에 유가족들은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호 님이 가수 활동 등을 통해 구입한 주택과 여러 재산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심장병으로 투병 중이었고 여동생은 짧은 기간 동안 일을 했었지만 오빠의 사망 후 조울증등, 여러 질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다가 2003년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배호 님은 여동생도 독신이었으니 남은 가족은 없는 것이죠.
여자
배호님은 임종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그를 간호했던 여성분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름은 옥이였다고 하고요. 배호 씨보다 7살 연하였다고 하죠. 대구 공연 때 꽃다발을 걸어준, 팬으로 알게 됐었다고 합니다. 죽기 하루 전에 배호 씨는 자신의 손목시계와 반지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그녀를 설득해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배호씨는, 그분의 미래를 위해서 한일일 텐데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일화
1) 하춘하
배호님은 가수 하춘하 씨를 매우 아꼈다고 하는데요. 배호 씨가 죽기 사흘 전, 하춘하 씨가 찾아갔었는데요. 배호 씨는 극심한 고통으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너 왔구나" 라고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고 합니다. 하춘하 씨는 배호 씨의 유족들과, 살아생전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하고요.
지금은 영상이 남아 있지 않지만 배호씨와 하춘하 씨가 함께 무대에 선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2) 제 2의 배호배호 씨와 함께 일했던, 음악인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를 찾아 나섰지만 음악실이나, 목소리 활용 능력 측면에서 차이가 있어 포기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신장염에 + 복막염까지 앓는 중에도 박자, 음성에 흐트러짐 없이 정확한 음정을 선보인 고인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3) 옥관 문화 훈장2003년 (10월 20일)에 대한민국 가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옥관 문화훈장이 추서 되었습니다.
4) 삼각지
‘돌아가는 삼각지’의 배경인 삼각지 로터리 (현재 삼각지역 교차로)는 1967년 건설된 것인데요, 1994년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철거되었습니다. 현재는 삼각지역 인근에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 배호 님 동상, 배호길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5) 노래비
배호님의 노래비는 삼각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죠, 배호 님의 묘지(양주군 장흥면)에는 '두메산골'의 노래비가 있고요. 경주시(현곡면)에는 '마지막 잎새'의, 강릉시(주문진)에 '파도'의 노래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천항에는 '비내리는 인천항 부두'의 노래비가 있죠.
6) 배호 가요제
2003년부터 배호 가요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배호 사랑회 주관으로 서울시와 가수 협회의 후원으로 열리죠. 장충단 공연 야외무대나, 중구 구민 회관등에서 개최됩니다.
7) 인질극
1970년 강원도 양구의 한 다방에서 총을 든 한 남자가 인질극을 벌였는데요. 그의 요구 사항은 두 가지였다고 합니다.
담배 한 보루와 배호의 음반! 여자 넷을 인질로 붙잡아 둔 그는, 배호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때로는 따라 부르다가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죠. 무슨 이유로 최악의 선택을 했는지 결국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호의 노래는 그만큼 사람들을 위로하는 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8) KBS 스페셜 “가객(歌客), 배호의 귀환” (2012.11.18)
프랑스인인 에티앙씨는 2003년 한국을 방문했다가 배호 씨의 노래를 듣고, 매료되어 ‘누가 울어’를 재즈 풍으로 편곡해 프랑스 무대에 올렸다고 합니다. 에티앙씨는 한글까지 배우며, ‘배호 프로젝트’를 준비히고 있었죠. 에티앙씨 인터뷰 내용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는데요.
“한국 사람들에게 배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놀랐습니다. 오늘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5년 전, 10년 전, 20년 전에 만들어진 음악과 이어진 하나의 음악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만든 음악을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음악을 잊는 다는건 정말 안타깝습니다.”
9) 뮤지컬 ‘천변 카바레’(2021)
배호 씨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도 있죠. ‘천변 카바레’입니다. 배우 황석정이 홀로그램을 통한 1인 다역으로 이루어지는 뮤지컬인데요.
‘예술과 기술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2010년 두산 아트 센터에서 초연을 했고 그 당시에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뮤지컬이죠.
가장 최근에는 2021년 이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했었습니다.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돌아가는 삼각지’를 비롯해 ‘
노란 샤쓰의 사나이’(한명숙), ‘맨발의 청춘’(최희준) 등 귀에 익은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글. 광화문 생활문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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